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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글씨며 그림을 배우는 일도 먼저 몸과 마음을 닦는 일이 덧글 0 | 조회 123 | 2021-04-15 23:08:42
서동연  
그렇다면 글씨며 그림을 배우는 일도 먼저 몸과 마음을 닦는 일이겠군요?감방장은 전과는 달리 김광하씨까지 잡아 먹을 듯한 얼굴로 노려보며 내뱉았다.그런데 언덕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사이에 그 마을이 그날 따라 새삼 깊은 산골로 느껴졌다. 늘상 보아오던 봉우리들은 문득 높게 치솟고, 가까운 계곡들도 검푸르고 깊어 보였다. 개울가에 줄지어 심어둔 사방용의 버드나무들도 무슨 음험한 원시림처럼 느껴졌으며, 군데군데 솟은 텔리비전 안테나도 그 옛날 설 무렵이면 농가에 세워지던 솟대 같았다. 자동차로 달리면 한 시간 안에 고속도로로 연결되는 국도도문득 먼 산마루에서 가는 실처럼 끊어진 듯 보이고, 따라서 그곳이 외부와는 일체 단절된 오지처럼 느껴지게 했다. 이곳이 너무 산골이라고 말한 것이 반드시 당신의 병심 때문만은 아닐지도 모르지, 그는 병석에 누운 어머니를 떠올리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이중위는 자기도 모르게 날카로운 목소리로 그 곁에 멍청히 서있는 강병장에게 물었다.그런 그의 목소리에는 그날따라 야릇한 감개가 서려 있었다. 어떤 의미에서 그 여자는 그에게 있어서는 처음이자 마지막 여자였다. 그후 그는 세 번이나 딴 여자와 살림을 차렸으나 번번이 한 달도 못가 끝나 버렸다. 그를 만년 중사로 만들어 놓은 고약한 술버릇 때문이었다.“의 . 너 때문에 또 연기야.”나보고 따져본들 별 수 있나? 어쨌든 자네는 요시찰인 명부에 들어 있고, 나는 상부의 지시에 따를 뿐이네.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당장 자네를 해꼬지하려고 이러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오히려 이런 일에 너무 민감할 필요는 없어. 때가 오면 다 없어질 테니“그래도 하나뿐인 자식놈이야. 지금 정신없이 앓아 누웠어. 치료비 내놔. 연천에라도 데려 나가 입원시켜야겠어”“자,들지.”까구 있네. 사내 구실도 못하는 주제에 오기는 살아서. 내가 언제 그거 파는 거 봤어, 봤어?8천 정도로 잡아두겠습니다. 동산 저축 기타는?“개구립니다”그러나 단체로 그것도 감방 안에서 마시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비상한 수단이 필요했다. 우리가
“저희들도 그게 어딘지 모릅니다. 과장님도 안들은 걸로 하시죠. 사실은 얘기 안하려고 했는데”묵향으로 보아 추수가 다녀간 것임에 틀림없었다. 조금 전에 그의 잠을 깨운 강한 빛줄기는 어쩌면 그 아이가 나가면서 연 장지문 사이로 새어든 햇살이었을 게다. 고죽은 그렇게 생각하며 살며시 몸을 일으켜 보았다. 마비되다시피한 반신 때문에 쉽지가 않았다. 사람을 부를까 하다가 다시 마음을 돌리고 누웠다. 아침의 고요함과 평안과, 그리고 이제는 고통도 아무것도 아닌 쓸쓸함을 의례적인 문안과 군더더기 같은 보살핌으로 깨뜨리고 싶지 않았다.“마지노선이 강했어도 프랑스를 보호하지는 못했어”“6조지기란 게 있지. 즉, 집구석은 팔아 조지고, 죄수는 먹어 조지고, 간수는 세어 조지고, 형사는 패 조지고, 검사는 불러조지고, 판사는 미뤄 조지고.”김광하씨가 생각난 듯 복도의 교도관을 불렀다. 그리고 귀찮다는 표정으로 다가온 교도관에게 무언가를 쥐어주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문제는 그 죄수, 즉 법정범이오. 그들에 대해서 사회나 법은 비난할 수 있을지라도 개별적인 인간으로는 아무도 그를 비난할 수 없소. 거기다가 죄인이라고 모두가 그대로 비난할 수 있는 근거도 또한 없소. 모든 행위는 일견 범죄의 외형을 갖추었더라도 위법성이 없거나 책임이 면제될 여지를 갖추고 있으니까. 중요한 것은 위법성조각 이나 책임조각이 얼마나 완벽하게 적용되느냐는 것인데, 내가 보기에는 별로 충분한 것 같지 않소. 따라서 여기 이십여 명의 사람들 중에서 진정한 의미의 죄인은 불과 몇몇일 거요. 오히려 부끄러워 해야 하는 쪽은 우리를 이곳에 이렇게 격리시키거나 처벌해야만이 자기들의 이익과 평안을 지킬 수 있는 저 바깥의 사람들이오”그제서야 정신을 수습한 심소위가 악을 쓰다가 상처가 쑤시는지 신음을 냈다. 이중위가 그런 그에게 물었다.먼저 사람이 되기 위해서라면 이제 예닐곱살난 학동들에게 붓을 쥐어 자획을 그리게 하는 것은 어찌된 일입니까? 만약 글씨에 도가 앞선다면 죽기 전에 붓을 잡을 수 있는 이가 몇이나 되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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